기분이 조금 가라앉은 오후였어요.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갔죠.
햇살은 적당했고 바람도 나쁘지 않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복잡했어요.
그러던 중 조용한 골목 모퉁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마주쳤어요. 회색빛 털에 초록빛 눈동자, 말없이 저를 바라보던 그 눈이 왠지 말을 거는 듯했어요.
서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제가 먼저 다가가 앉았어요. 고양이는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제 옆으로 와서 조용히 앉았죠.
그 순간, 괜히 울컥했어요. 말 한마디 없었지만 그 조용한 동행이 묘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더라고요.
10분쯤 그렇게 있다가 고양이는 유유히 골목 안으로 사라졌고 저도 다시 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처음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걷게 되었어요.
누군가와의 짧은 연결이 이렇게 깊은 위로가 될 줄 몰랐네요. 오늘 산책의 기억은 아마 오래오래 따뜻하게 남을 것 같아요.